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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봄이 오는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차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렛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드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
[좋은수필]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 / 법 정 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 / 법 정 달력 위의 3월은 산동백이 꽃을 피우고 있지만, 내 둘레는 아직 눈 속에 묻혀있다. 그래도 개울가에 나가보면 얼어붙은 그 얼음장 속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한 옷을 꺼내 입고 있다. 겨울산이 적막한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거기 새소리가 없어서..
[명시]모닥불 / 백 석 모닥불 / 백 석 새끼 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삭신창도 개니빠니도 너울쪽도 짚검 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마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 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
[좋은수필]누가 각트인가 / 최이안 누가 각트인가 / 최이안 알라존 : 누가 각트냐구? 당연히 나지. 다들 내 말에 동조하고 박수쳐 주는 걸. 각트는 가벼움의 결정체야. 가벼움이 각트를 지탱하고 이끌어가고 있어. 이 세상 살아가는 제일 덕목은 가벼움이라니까. 에이런 : 그럴까. 네가 과연 각트를 대표할 수 있는 걸까. 너는 ..
[명시]혼자라는 건 / 최영미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 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힌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드려도 안..
[좋은수필]바지랑대 / 송연희 바지랑대 / 송연희 훌훌 털어 빨래를 넌다.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마른 빨래는 손이 맨숭하다. 인정머리 없는 이웃처럼 정나미가 떨어진다. 길게 매놓은 빨래줄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빨래를 널고 싶다. 사는 날들이 축축한 빨래를 잔뜩 걸치고 있는 빨래줄처럼 늘어질 때가 있다. 숨이..
[명시]울릉도 / 유치환 울릉도 / 유치환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의 맷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니 창망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
[좋은수필]동치미 막국수 / 허 단 동치미 막국수 / 허 단 막국수하면 웬지 그 이름부터가 다소 거칠고 품질 또한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인상이 풍긴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하긴 보통 품질의 담배 따위에도 막자가 붙으면 벌써 값싼 저질이 되는 것이 일반상식이니까? 막옷은 허드레옷이며 실직 후 싸구려 노동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