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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소리 없는 소리 / 법정 소리 없는 소리 / 법정 누가 찾아오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가야 나는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새삼스럽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넉넉하고 천연스러울 뿐이다. 홀로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를..
[좋은수필]탯말 / 윤명희 탯말 / 윤명희 경상도 사람은 ‘부추 전’보다 ‘정구지 찌짐’이 더 맛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말도 먹는다. 지역 말은 지역 고유의 삶과 정서, 역사와 관습이 있다. 표준어라는 명목으로 한가지로 통일 한다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거부하는 일이다. 탯말은..
[좋은수필]아프리카 할머니 / 신시몽 아프리카할머니 / 신시몽 아내는 개를 무척 좋아한다. 전셋집을 전전했던 젊은 시절, 단독주택에라도 세를 들라치면 어김없이 강아지 한 마리씩을 끼고 살았다. 나중에 마당 딸린 내 집이나 마련하거든 기르라고 호령기 섞인 엄포를 놓았음에도 내 눈치 살살 보아가며 그예 입 하나를 더 ..
[좋은수필]태풍과 칼 / 이인주 태풍과 칼 / 이인주 사과나무 포도나무가 실하게 영근 과일들을 하혈하듯 쏟아 내렸다. 다 털린 빈 몸으로 아랫도리를 휘둘리고 있었다. 짓밟힌 채마밭은 울고 있었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태풍의 공습이었다. 열대의 바다에서 태어난 루사는 잉태된 그 뜨거운 입김을 몰아 제주도의 목덜..
[일반수필]오카리나 오카리나 / 김 성 구 오카리나는 이태리어로 '작은 오리'라는 뜻이다. 악기의 모양이 오리와 닮아서 이름이 그렇게 붙여진 듯하다. 지금은 흙으로 빚어 만든 폐관 악기를 통칭해서 오카리나라고 한다. 오카리나의 투명하고 그윽한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끝없는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페루에서..
[좋은수필]센트럴 파크의 매 / 무라카미 하루키 센트럴 파크의 매 / 무라카미 하루키 얼마 전, 이른 아침 시간에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조깅하다가 저수지의 철망 위에 앉아 있는 한 마리 매를 발견했다. 매 같은 것은 동물원 우리 속에서밖에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것도 산 속이 아니라 뉴욕 한가운데서. 나는 나도 모르게 ..
[좋은수필]너를 그리며, 너를 지운다 / 강여울 너를 그리며, 너를 지운다 / 강여울 한 잔의 맥주를 마시고 입술을 핥으며 나는 너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너는 구름처럼 붙들어 둘 수 없는 존재지만 언제고 보려고 하면 보이는 곳에 있다. 깃털처럼 가벼운 네 자유의 향기는 삶의 본능을 일깨운다. 너를 만나는 순간 마음은 천천히, 부..
[좋은수필]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무라카미 하루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무라카미 하루키 <피플>에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TV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기사를 보았다. 주연은 앤 마그렛이다.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랜도가 출연한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넋을 잃고 보았던 경험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