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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필]겨울, 그리고 수필 겨울, 그리고 수필 / 신현식 어렸을 적, 겨울의 새벽녘이면 동생과 나는 깔고 자던 요 밑으로 기어들곤 했다. 어머니가 잔기침을 하시며 갈아 넣은 연탄불이 그 때쯤 온기를 내뿜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으면 멀리에서 교회의 파이프 올겐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련한 소리는 ..
[좋은수필]감자꽃은 피었는데 / 홍억선 감자꽃은 피었는데 / 홍억선 열서너 살쯤 되었을까. 소년은 앉은뱅이책상을 등에 메고, 책보따리를 양손에 든 채 소백산 자락의 외딴 간이역에 서 있었다. 맞은편 산비탈에서는 감자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완행열차는 긴 몸체를 느릿느릿 뒤척이며 예천, 상주를 지나 김천을 거쳐 ..
[좋은수필]겨울 갈대밭에서 / 손광성 겨울 갈대밭에서 / 손광성 슬퍼하지 말자. 날카롭던 서슬 다 갈리고. 퍼렇던 젊은 핏줄 모두 잘리고, 눈, 코, 입.귀, 감각이란 감각들 다 닫혀 버리고, 바람에 펄럭이는 남루를 걸친 채 섰을 지라도, 슬퍼하지 말자. 찬물에 발목이 저린 이들이 우리들뿐이겠는가. 물방개 같은 것들. 잠자리며..
[좋은수필]안짱다리 암탉 /구활 안짱다리 암탉 / 구활 유년의 기억 중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것이 더러 있다. 그것은 나이가 들고 해가 갈수록 더욱 선하게 피어나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기억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가 있다면 노출과 거리, 그리고 구도까지 딱 맞아떨어지는 정말 근사한 흑백 사진을 뽑..
[좋은수필]폭풍우 예찬 / 박양근 폭풍우 예찬 / 박양근 여름이 되면 으레 태풍이 말썽을 부린다. 올해도 ‘민들레’라는 이름의 태풍이 닥쳐오는 것을 보니 한반도의 여름이 무사할 것 같지 않다. 누런 황톳물이 논밭을 뒤엎고 집채만한 파도가 방파제를 깨뜨리는 자연의 위력을 지켜보면 저절로 어깨가 짓눌려온다. 게다..
[좋은수필]지팡이 소리 / 허세욱 지팡이 소리 / 허세욱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십 년 앞서 세상을 뜨셨다. 기미년 만세 사건 때 왜경의 참혹한 고문을 당하시고 그 길로 신병을 얻어 돌아가셨다니, 그게 내게는 한으로 깔렸고, 할아버지 제삿날마다 오열하시는 아버님의 곡을 통해 내게는 한층 간절한 연모로 심화되었..
[좋은수필]길 / 김기림 길 /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 갔다가도 눈물에 함뿍 자주 빛으..
[좋은수필]방망이 깎던 노인 / 윤오영 방망이 깍던 노인 / 윤오영 벌써 사십여 년 전이다. 내가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電車)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쪽 길 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방망이를 한 벌 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