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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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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한밤의 음악편지 / 이윤택 한밤의 음악편지 / 이윤택 누가 냉장고 전기 코드를 뽑아 놓았길래 먹을 게 퍽퍽 썩고 있는 거요 어, 그게 냉장고 선인가 그 줄 뽑아서 전기 다리미에 꽂았다 뭐 이런 일인데 혀 한두 번 끌끌 차면서 넘어갈 수 있는데 여편네는 따발총을 쏘았을 것이고 노모는 기죽기 싫어서 주둥이를 쥐어박았을 것이..
[명시]플라타너스 / 김현승 플라타너스 /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울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을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
[명시]봄 길 / 정호승 봄 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사이에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있..
[명시]러브호텔 / 문정희 러브호텔 / 문정희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
[명시]민들레 / 신용목 민들레 / 신용목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모가지를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명시]광야 / 이육사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홀로 아득하..
[명시]담배를 보는 일곱가지 눈 / 정현종 담배를 보는 일곱가지 눈 / 정현종 하염없는 손들의 마지막 신호. 연기처럼 사라지는 약속. 킹 사이즈의 혼란. 구호에 대한 암호. 등화관제 아래 지각없는 불빛. 습관적인 霧笛. 아마 우리 숨결의 외출.
[명시]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 도종환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육신을 지탱하는 일 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