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 시 (168) 썸네일형 리스트형 [명시]낙산사 노래 / 이성선 낙산사 노래 / 이성선 안자 안에 바다를 다 잠글 수 있다면 내 주머니 속에 바다를 감추고 떠돌 수 있다면 저 無音의 山노래가 더 잘 들리리. 오늘 아침에 옷고름 풀어 내게 속가슴을 보이는구나. 여기 오래 앉아 있으려 하였으나 다시 더나야겠다. 사람 없는 곳에 사람을 찾아 소리 없는 곳에 소리 하나.. [명시]자목련 / 임영조 자목련 / 임영조 화창한 봄날 고궁 뜰을 혼자서 거닐다가 우연히 마주친 여인 빙긋이 웃으며 아는 체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얼핏 생각 안나는 저 지체 높고 우아한 자태 어느 명문가 홀로 된 마님 같다 진자주빛 비로도 저고리에 이루 다 말로 못할 슬픔이 서려 앞섶에 살짝 꽂은 금빛 브로치 .. [명시]추억 / 김지하 추억 / 김지하 한번 만져 내내 잊을 수 없는 그 여자의 흰 살 사람 자취 없고 흰 빛만 허공에 남아 오늘 나를 산으로도 이끌고 해타는 먼 강물로도 벌판으로도 이끌고 남아 내 속에 든다 호롱불로 타 밤을 밝힌다 [명시]너무 오랜 기다림 / 유 하 너무 오랜 기다림 / 유 하 강가에 앉아 그리움이 저물도록 그대를 기다렸네 그리움이 마침내 강물과 몸을 바꿀 때까지도 난 움직일 수 없었네 바람 한 톨, 잎새 하나에도 주술이 깃들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모두 그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매순간 반딧불 같은 죽음이 오고 멎을 듯한 마음이 지.. [명시]바하를 들으며 / 김성춘 바하를 들으며 / 김성춘 안경알을 닦으며 바하를 듣는다. 나무들의 귀가 겨울쪽으로 굽어 있다. 우리들의 슬픔이 닿지 않는 곳 하늘의 빈터에서 눈이 내린다. 눈은 내리어 죽은 가지마다 촛불을 달고 있다. 聖마태 수난곡의 一樂句. 만리 밖에서 종소리가 일어선다. 나무들의 귀가 갈아앉는다. 今世紀.. [명시]어떤 사기 / 최영미 어떤 사기 / 최영미 진달래가 이쁘다고 개나리는 안 이쁜가 내가 아는 어떤 부르주아는 연애시를 쓰려고 연애를 꿈꾸는데 행을 가른다고 고통이 분담되나 연을 바꾼다고 사랑이 속아주나 아, 그러나 작은 정열은 큰 정열이 다스려 그리고-- 그런데--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이혼한 줄만 알지 몇 번 했.. [명시]이별가 / 박목월 이별가 / 박목월 뭐라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뭐라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라카노 뭐라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느는 바람 뭐라카노 뭐라카노 뭐라카노 미 흰 못자락.. [명시]빛은 희고 눈부시다 / 김선굉 빛은 희고 눈부시다 / 김선굉 오래 닫혔던 가슴의 빗장을 연다. 잘 열리지 않는다. 깊게 쌓인 먼지에 선명한 지문을 남기며 힘주어 흔들면, 몇 번의 반동만 풀썩 먼지를 날리며 문은 이윽고 삐, 꺽, 열린다. 삐이꺼억! 광솔이 다 된 나무의 결들이 부딪치며 내는 마찰열에 시간은 심한 화상을 입는다. 갈..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