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1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까치 / 윤오영 까치 / 윤오영 까치 소리는 반갑다. 아름답게 굴린다거나 구슬프게 노래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기교 없이 가볍고 솔직하게 짖는 단 두 음절 '깍 깍'. 첫 '깍'은 높고 둘째 '깍'은 얕게 계속되는 단순하고 간단한 그 음정(音程)이 그저 반갑다. 나는 어려서부터 까치 소리를 좋아했다. 지.. [좋은수필]소멸을 꿈꾸며 / 공월천 소멸을 꿈꾸며 / 공월천 늦가을이긴 해도 11월은 어린 우리들에게 오싹하리만큼 추웠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폐허처럼 황량했고, 누렇게 말라가는 플라타너스 잎의 버석대는 소리에 더욱 스산하던 그날, 우리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폐병을 앓던 순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훌쩍거리.. [좋은수필]세한도(歲寒圖) / 목성균 세한도(歲寒圖) / 목성균 휴전이 되던 해 음력 정월 초순께, 해가 설핏한 강 나루터에 아버지와 나는 서 있었다, 작은 증조부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강만 건너면 바로 작은댁인데, 배가 강 건너편에 있었다. 아버지가 입에 두 손을 나팔처럼 모아 대고 강 건너에다 소리를 지르셨.. [좋은수필]마음 꽃 피우기 / 정목일 마음 꽃 피우기 / 정목일 나는 윙크하는 사람, 휘파람을 부는 사람, 미소짓는 사람, 감탄사를 발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윙크'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금방 바람결에 경쾌한 음악이 들려올 듯하다. 나는 과연 이제껏 몇 번이나 윙크을 해보았으며, 또 받아 보았는가. 윙크도 한 번 해보지 못.. [좋은수필]초승달이 질 때 / 허세욱 초승달이 질 때 / 허세욱(許世旭) 소쩍새가 피를 쏟듯 구슬프게만 울던 늦은 봄 초저녁으로 기억된다. 산과 산이 서로 으스스하게 허리를 부비고 그들끼리 긴 가랭이를 꼬고 누운 두메인지라 해만 지면 금시 어두워졌고 솔바람이 몰고 오는 연한 한기로 미닫이를 닫어야 했다. 40리 밖 읍내.. [좋은수필]아름다운 소리들 / 손광성 아름다운 소리들 / 손광성 소리에도 계절이 있다. 어떤 소리는 제 철이 아니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또 어떤 소리는 가까운 곳에서 들어야 하고 다른 소리는 멀리서 들어야 한다. 어떤 베일 같은 것을 사이에 두고 간접적으로 들어야 좋은 소리도 있다. 그리고 오래 전에 우리의 곁을 떠난 .. [좋은수필]부끄러움 / 윤오영 부끄러움 /윤오영(尹五榮) 고개 마루턱에 방석소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예까지 오면 거진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 마루턱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밑에 올망졸망 초가집들이 들어선 마을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넓은 마당 집이 내 진외가로 아저씨뻘 되는 분의 집이다. 나.. [좋은수필]가난한 날의 행복 /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 김소운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버리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이 있다. 여기에 적는 세 쌍의 가.. 이전 1 ···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