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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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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주막집 / 견일영 주막집 / 견일영 나는 가끔 주막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꿈을 꾼다. 봉놋방에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있으면 세상 소식을 듣게 된다. 3평 좁은 방에서 10여 명이 토해내는 세상사 사연들은 어려웠던 지난날에 위안을 주기도 하고 살아갈 앞날에 용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국밥 한 그릇, 막걸..
[좋은수필]여백 / 김시헌 여백 / 김시헌 여백은 남아 있는 면적이다.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 여유스러운 지역이다. 텅 빈 느낌을 주는 한가한 곳이다. 넉넉하고 넓고 크지만 쓸모가 별로 없다. 그러면서 여백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표정을 가지고 있다. 나의 집 앞에는 작은 개울이 하나 있다. 너비 20미터가 됨직..
[좋은수필]푸른 자전거 / 최민자 푸른 자전거 / 최민자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명의 지인들을 떠나보냈다. 예고도 없이, 순서도 없이. 이런 저런 가면을 쓰고 나타난 복병들은 진즉부터 뒤를 밟고 있었다는 듯이, 어느 날 문득 음험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웃었다. 아무도 비켜갈 수 없는 승률 제로의 게임. 자연이 오빠도 그..
[좋은수필]나비 / 강숙련 나비 / 강숙련 나비는 아름다운 곤충이다. 애벌레나 번데기였을 적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활짝 편 날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기하학적 무늬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너울너울 날아다닌다. ‘호접’이라고 불러 보면 운치가 있다. 그러나 나비라고 부를 때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좋은수필]나비 이야기 / 서정범 나비 이야기 / 서정범 옛날에 한 나이 어린 아가씨가 흰 가마를 타고 시집을 갔다. 흰 가마는 신랑이 죽고 없었을 때 타는 가마다. 약혼을 한 후 결혼식 올리기 전에 신랑이 죽은 것이다. 과부살이를 하러 흰 가마를 타고 가는 것이다. 시집에 가서는 보지도 못한 남편의 무덤에 가서 밤낮으..
[좋은수필]꽃물을 들이며 / 정성화 꽃물을 들이며 / 정성화 내 손톱에는 다홍빛 반달이 걸려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반달보다 작기는 하지만 내 마음에 오롯이 들어차는 반달이다. 내게 오래 머물러 달라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보지만, 그 반달은 내게 욕심 비우는 법을 가르쳐주기라도 하듯, 매일 조금씩 자신을 덜어내고 있..
[좋은수필]가을 편지 / 고임순 가을 편지/ 고임순 맑게 개인 드높은 하늘 아래 이 땅의 온 산야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어 지금은 가을이 한창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어머님께서 생전에 즐겨 앉아 계시던 목련나무 밑에 눈길이 머뭅니다. 나도 오늘 그곳에 나와 앉아 조용히 어머니를 불러봅니다. 눈앞이 훤하게 밝아오..
[좋은수필]신용카드 / 염정임 신용카드 / 염정임 빚은 사람을 노예로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의 옛말에도 ' 빚진 종' 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기 시작한 신용카드란 제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지며 살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였으니 부자들이 되었으련만 어찌하여 빚진 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