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1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콩 / 황성진 콩 / 황성진 장마는 늘 지루했다. 벌써 사십수 년이나 맞고 보내기를 거듭하였건만, 그때마다. 장마는 늘 지루했다. 근 한 달 혹은 달포를 넘는 그 지루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토요일인지라 나는 일찍 퇴근했다. 동료 모두들, 그 잘난 한 잔의 유혹도 없었다. 서로들 비설거지를 위해 .. [좋은수필]바람이 켜는 노래 / 반숙자 바람이 켜는 노래 / 반숙자 봄이 여인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읊은 시인이 있다. 그럼에도 햇살이 순해지고 대추가 익을 무렵이면, 온 감관이 현(弦)이 되어 바람에 켜지면서 고향으로 불어 가는 마음의 풍향은 어인 일인가. 나는 지금 수수목 수런대는 시골길을 걷고 있.. [좋은수필]여보게 좀 쉬어가자구나 / 안재진 여보게 좀 쉬어가자구나 / 안재진 오랜만에 산행을 떠났다. 그 동안 말로는 소백산을 가자느니 지리산을 가자느니 혹은 치악산, 동대산, 청량산 등 수없이 주워 챙겼지만 실지로는 코앞에 닿아있는 채약산 보현산도 한번 오르지 못했다. 세상살이가 눈코 뜰 사이 없도록 바빠서 그런 것도 .. [좋은수필]그리움의 소리 / 최원현 그리움의 소리 / 최원현 종소리였다. 땡. 땡. 땡그렁 땡. 땡그렁 땡. 퇴근길, 도심에서 듣는 때 아닌 종소리에 사방을 둘러봤다. 반갑고 신기한 마음은 어디서 들려오는 소린가가 몹시도 궁금케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종소리다. 가만히 들어보니 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 [좋은수필]은전 한 잎 / 피천득 은전 한 잎 / 피천득 예전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將: 돈 바꾸는 집)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잎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좋은수필]피딴문답(皮蛋問答) / 김소운 피딴문답(皮蛋問答) / 김소운 “자네, ‘피단’ 이란 것 아나?” “‘피딴’ 이라니, 그게 뭔데…?” “중국집에서 배갈 안주로 내오는 오리알 말이야. 피딴이라고 쓰지.” “시퍼런 달걀 같은 거 말이지, 그게 오리알이던가?” “오리알이지, 비록 오리알일망정, 나는 그 피딴을 대할 때.. [좋은수필]구상 시인의 모자 / 구 활 구상 시인의 모자 / 구 활 구상 시인에게는 항상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에 처음 뵈었기 때문이리라. 시인에게서 가을 외에는 다른 계절의 이미지는 느낄 수가 없다. 가을 남자. 그래. 뭔가 조금은 쓸쓸하고 만남 보다는 떠남이 좀 더 어울리는 그런 남자가 구상 시인이다. 시인을 처음 뵌 .. [좋은수필]겨울 툇마루 / 박혜숙 겨울 툇마루 / 박혜숙 수필문학회 행사가 있었던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시집 한권을 선물 받았다. 목소리 낭랑한 김 선배가 그 중 한 권을 골라 읽는데 주제가 무겁다. 이런 좋은 아침에는---. 눈은 목차를 훑는다. '칼' 이라던가 '작살' 이라는 .. 이전 1 ··· 113 114 115 116 117 118 119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