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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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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센트럴 파크의 매 / 무라카미 하루키 센트럴 파크의 매 / 무라카미 하루키 얼마 전, 이른 아침 시간에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조깅하다가 저수지의 철망 위에 앉아 있는 한 마리 매를 발견했다. 매 같은 것은 동물원 우리 속에서밖에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것도 산 속이 아니라 뉴욕 한가운데서. 나는 나도 모르게 ..
[좋은수필]너를 그리며, 너를 지운다 / 강여울 너를 그리며, 너를 지운다 / 강여울 한 잔의 맥주를 마시고 입술을 핥으며 나는 너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너는 구름처럼 붙들어 둘 수 없는 존재지만 언제고 보려고 하면 보이는 곳에 있다. 깃털처럼 가벼운 네 자유의 향기는 삶의 본능을 일깨운다. 너를 만나는 순간 마음은 천천히, 부..
[좋은수필]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무라카미 하루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무라카미 하루키 <피플>에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TV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기사를 보았다. 주연은 앤 마그렛이다.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랜도가 출연한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넋을 잃고 보았던 경험이 있는..
[좋은수필]펀 펀 펀 / 무라카미 하루키 FUN FUN FUN /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에 간다고 아버지께 말하고 자동차를 빌려서는 그대로 안녕 그녀는 부푼 가슴으로 햄버거 스탠드 앞을 질주한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고 최대 속도로 장거리 드라이브 한껏 즐거워 아버지한테 T버드를 빼앗길 때까지는 이것은 비치보이스의 1964년 히트 ..
[좋은수필]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장 자크 루소 지금까지 내가 살던 모든 곳들에서(거기엔 멋진 곳도 있었지만) 비엔느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생 피에르 섬같이 진실로 나를 행복하게 해준 곳, 깊은 애석의 정을 마음에 남겨 준 곳은 다른 데는 없었다. 그 작은 섬은 누샤텔에서는 "못뜨" 섬이라 불리..
[좋은수필]이혼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이혼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요즈음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혼한 사람들을 연달아 만난다. 이런 일에는 처신하기가 상당히 곤란하다. 즉 상대방이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별로 없으니까 ‘하는 일은 좀 어때?’ 라든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지?’ 라는 둥 하는 얘기부..
[좋은수필]인생의 의미 / 김시헌 인생의 의미 / 김시헌 사랑방에 앉아서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바둑판에 정신을 쏟고 있는 사람을 보고 신선놀음이라고 했다. 산중턱 높은 곳에 지어 놓은 정자에 흰 수염의 할아버지들이 앉아서 시를 논하고 학문을 이야기하면 신선놀음이라 했다. 현대에도 신선놀음은 있다. 화가가 경..
[좋은수필]회돌이 법칙/김은주 회돌이 법칙 / 김은주 마른 전복 모양의 수로(水路)을 내려다보고 섰다. 습한 기운은 긴 세월 속에 사라지고 천 년 전 물이 흐르던 곳은 마른 먼지만 수북하다. 물살을 연상시키는 유연한 수로는 조각돌이 모여 타원을 이루고 있다. 그 위에 가만 손을 놓아 본다. 까칠하다. 어디에도 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