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1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아, 안 돼! / 무라카미 하루키 아, 안 돼! / 무라카미 하루키 몇 가진가의 사소한 행운이 잇달아 일어나는 일이 있다. 그런 하루가 있다. 예를 들면 스톡홀름에서 렌트카를 빌렸을 때가 그랬다. 호텔까지 차를 보내 주었는데, 사브 9-3의 번쩍이는 새 차였다. 계절은 5월, 하늘은 스칸디나비안 블루로 맑게 개었다. 고속도.. [좋은수필]술은 인정(人情)이라 / 조지훈 술은 인정(人情)이라 / 조지훈 제 돈 써 가면서 제 술 안 먹어 준다고 화내는 것이 술뿐이요, 아무리 과장하고 거짓말해도 밉지 않은 것은 술 마시는 자랑뿐이다. 인정으로 주고 인정으로 받는 거라, 주고받는 사람이 함께 인정에 희생이 된다. 흥으로 얘기하고 흥으로 듣기 때문에 얘기하.. [좋은수필]뒷모습 / 주자청 뒷모습 / 주자청 아버님을 뵙지 못한 지 벌써 2년 남짓이다. 지금도 내 가슴을 후비는 것은 아버님의 그 뒷모습이다. 그 해 겨울, 아버님께선 직장마저 그만두셨을 땐데 별안간 할머니마저 돌아가셨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북경에서 부음을 받고 아버님 계신 서주로 내려가 아버님을 .. [좋은수필]모자 철학 / 가디너 모자 철학 / 가디너(1865-1946 영국 수필가) 일전에 나는 모자에 다리미질을 하려고 모자점에 들렀다. 그 모자는 비바람에 바래져 털이 부수수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새 것처럼 윤이 나 보이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기다리며 광을 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때, 모자점 주인은 대단히 .. [좋은수필]귀를 후비며 / 정진권 귀를 후비며 / 정진권 어느 날 갑자기 귀가 몹시 가렵기로 나는 막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손가락 끝이 그 가려운 데까지 닿지 않아 퍽 안타까웠다. 그때 나는 내 막내손가락의 무능을 탓했다. 그러다가 문득 보니 성냥개비 한 개가 책상 위에 흘러 있었다. .. [좋은수필]보리밭 / 이운우 보리밭 / 이운우 동생은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버텼으나 등을 떠미는 언니의 성화 때문에 길을 나섰다. 언니가 ‘읍내에 가서 영화구경 시켜준다’는 꼬드김에 심부름을 나서긴 했지만 밤길이라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아까 준비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속으로 중얼거리.. [좋은수필]백지의 도전 / 장영희 백지의 도전 / 장영희 학기말 고사다. 논문 심사다. 회의다. 그야말로 꽁지 빠진 닭처럼 정신 없이 내닫다 보니 벌써 오늘의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 원고 마감일이다. 사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이고, 무슨 일이든 미리 해 두는 습성이 없어 마감일이 닥칠 때마다 나는 나대로 초조하고, 내.. [좋은수필]누나의 붓꽃 / 손광성 누나의 붓꽃 / 손광성 시집가기 싫다고 누나가 말했다. 시집은 가야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 사람이 싫다고 조그만 소리로 누나가 말했다. 그 사람이어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먹기 싫은 밥은 먹어도 살기 싫은 사람하고는 못 사는 법이라고 말한 것은 어머니였.. 이전 1 ··· 111 112 113 114 115 116 117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