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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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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곤줄박이의 포석 / 윤남석 곤줄박이의 포석 / 윤남석 "정아! 새가 집을 지으려나 봐.” 제 동생의 호기심을 잔뜩 부풀려 놓는 큰아이의 한마디에 이내 귀가 솔깃해지고, 슬그머니 반사신경이 감응전류를 찌릿찌릿 일으키게 한다. 현관 옆, 통나무탁자위엔 나락을 까부는 큰 풍구가 아닌 참깨, 메밀 등의 곡물 쭉정이..
[좋은수필]빈집에 뜬 달 / 도창회 빈집에 뜬 달 / 도창회 오지 마을 빈집이 산짐승처럼 흉물스런 얼굴로 서있다. 한때는 사람이 기거하던 처소였건만 어찌 저리 버려졌는가. 폐허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빈집 마당은 온갖 잡풀들이 우거져 키를 재고, 대청마루는 흙먼지가 덕지덕지 쌓여 있다. 창호의 돌쩌귀가 빠져 바람에 ..
[좋은수필]속알머리 / 유창희 속알머리 / 유창희 민둥산 부위에 약을 바르고 계속 마사지를 하라고한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면 편리하겠지만 아무래도 촉감이나 정성이 부족할 것만 같다. 마사지보다 힘주어 문때는 수준. 이러다 엉뚱한 내 손가락에 털이 날것만 같다. 어느 날은 화기애애한 희망의 몸짓으로 약 이..
[좋은수필]미운 간호부 / 주요섭 미운 간호부 / 주요섭 어제 S병원 전염병 병실에서 본 일이다. A라는 소녀, 7,8세밖에 안 된 귀여운 소녀가 죽어 나갔다. 赤痢로 하루는 집에서 앓고, 그 다음날 하루는 병원에서 앓고, 그리고 그 다음날 오후에는 시체실로 떠메어 나갔다. 밤낮 사흘을 지키고 앉아 있었던 어머니는 아이가 ..
[좋은수필]걸객(乞客) / 오창익 걸객(乞客) / 오창익 우리집엔 열이 넘는 걸객(乞客)이 있다. 하지만, 그 걸객은 밥을 빌어먹는 사람이 아니라 참새다. 개밥 찌꺼기를 얻어먹으며 근근히 목숨을 이어가는 참새 가족이다. 그런데, 그 참새 가족에겐 개에게서 볼 수 있는 충(忠)은 없지만, 그에 못지 않은 예(禮)가 있어 늘 눈..
[좋은수필]염소 / 윤오영 염소 / 윤오영 어린 염소 세 마리가 달달거리며 보도 위로 주인을 따라간다. 염소는 다리가 짧다. 주인이 느릿느릿 놀 양으로 쇠걸음을 걸으면 염소는 종종걸음으로 빨리 따라가야 한다. 두 마리는 긴 줄로 목을 매어 주인의 뒷짐진 손에 쥐여 가고 한 마리는 목도 안매고 따로 떨어져 있건..
[좋은수필]리허설 / 홍억선 리허설 / 홍억선 장사익이라는 소리꾼이 있다. 소리를 잘 한다고 널리 알려진 가수다. 언제였던가, 먼발치에서나마 그를 본 적이 있다. 어느 소도시의 축제행사로 기억되는데 그는 노래를 부르러 왔고, 나는 백일장을 주관하던 터였다. 백일장 행사라는 것이 무료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많..
[좋은수필]섬진강을 따라가면 / 정목일 섬진강을 따라가면 / 정목일 나는 곧잘 섬진강을 찾아 나선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는 하동에서 구례까지의 길을 좋아한다. 대개 쌍계사까지 갈 경우가 많지만 화엄사, 실상사, 연곡사 등 지리산 사찰들을 둘러보고 남원을 거쳐 함양, 진주로 일순하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왜 이 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