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1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때깔곰보 / 신시몽 때깔곰보 / 신시몽 일찍부터 서모슬하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내 소년기엔 시린 풍경으로 굳어버린 세월들이 유난히 많다. 그 중 정자라는 계집애는 켜켜이 먼지 쌓인 기억의 곳간에 바래지 않는 한 폭 당채화로 남아있다. 1950년대 후반기의 다산(多産)과 굶주림은 빈곤층의 숙명 같은 전유.. [좋은수필]연꽃 필 때 들리는 소리 / 구활 연꽃 필 때 들리는 소리 / 구활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위에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인가. 불가에서 흔히 말하는 이 말은 참말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선문답이나 화두 같기도 한 ‘보임’과 ‘안보임’의 문제는 오랜 수행을 거치지 않으면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고 .. [좋은수필]어머니의 칼국수 / 강해경 어머니의 칼국수 / 강해경 한국 전쟁을 겪은 것은 다섯 살 때였다. 물자도 부족하고 식량도 부족했던 그 시절, 입이 짧고 허약했던 나는 어른들의 속을 꽤나 썩여 드렸던 것 같다. 걸핏하면 앓아 누워 잔병치레를 했는가 하면 편식도 심했다. 잡곡밥도 싫어하고, 국도 안 먹고, 김치도 안 먹.. [좋은수필]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 고임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 고임순 때로 우리는 낯선 땅을 밟고 그곳의 분위기에 젖다보면 잠시 나를 잊을 때가 있다. 강, 달 배, 숲, 시가 있는 풍경, 분강촌汾江村의 하루가 그러했다. 마치 5백 년을 거슬러올라간 듯한 신비스러움을 느꼈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있는 농암(聾巖) 종택은 .. [좋은수필]소리 없는 소리 / 법정 소리 없는 소리 / 법정 누가 찾아오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가야 나는 말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새삼스럽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넉넉하고 천연스러울 뿐이다. 홀로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를.. [좋은수필]탯말 / 윤명희 탯말 / 윤명희 경상도 사람은 ‘부추 전’보다 ‘정구지 찌짐’이 더 맛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말도 먹는다. 지역 말은 지역 고유의 삶과 정서, 역사와 관습이 있다. 표준어라는 명목으로 한가지로 통일 한다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거부하는 일이다. 탯말은.. [좋은수필]아프리카 할머니 / 신시몽 아프리카할머니 / 신시몽 아내는 개를 무척 좋아한다. 전셋집을 전전했던 젊은 시절, 단독주택에라도 세를 들라치면 어김없이 강아지 한 마리씩을 끼고 살았다. 나중에 마당 딸린 내 집이나 마련하거든 기르라고 호령기 섞인 엄포를 놓았음에도 내 눈치 살살 보아가며 그예 입 하나를 더 .. [좋은수필]태풍과 칼 / 이인주 태풍과 칼 / 이인주 사과나무 포도나무가 실하게 영근 과일들을 하혈하듯 쏟아 내렸다. 다 털린 빈 몸으로 아랫도리를 휘둘리고 있었다. 짓밟힌 채마밭은 울고 있었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태풍의 공습이었다. 열대의 바다에서 태어난 루사는 잉태된 그 뜨거운 입김을 몰아 제주도의 목덜.. 이전 1 ··· 109 110 111 112 113 114 115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