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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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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아버지의 江 / 목성균 아버지의 江 / 목성균 아버지의 오른쪽 어깻죽지에 손바닥만한 검붉은 반점(斑點)이 있다. 그 반점은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조차 어려운 아버지의 완강한 힘과 권위(權威)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반점은 선천적인 것이지, 병리적인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나이 팔십이 넘도록 건강..
[좋은수필]부부 / 강호형 부부 / 강호형 무던한 부부지간에도 말다툼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도에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없는 것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도 가벼운 입씨름이 자칫 무미건조해지기 쉬운 부부간에 활력소 구실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짓도 오래 지속하다 보면 단골 ‘메뉴’ 같..
[좋은수필]호박 / 정재호 호박 / 정재호 우수가 가까워지면 담 밑에다 드문드문 호박 구덩이를 파 놓고서 거기에다 똥을 그득하게 퍼부어 놓고는 흙으로 덮는다. 그래야 굵은 호박이 많이 열린다고 한다. 꽃이 핀 다음에 거름을 주면 호박이 여물기 전에 다 빠지기 때문에 옛날부터 밑거름으로 퇴비 대신 분뇨를 이..
[좋은수필]목근 통신(木槿通信) / 김소운 목근 통신(木槿通信) ―일본에 보내는 편지― /김소운 친애하는 일본의 국민 여러분! 나는 대한민국의 총리도 국민 대표도 아닙니다. 포의 서생에 지나지 않는 일개인이 이런 전치사로 여러분을 부르는 것이 혹시 외람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20 몇 년이란 긴 세월을 귀국에서 자..
[좋은수필]도자설(盜子設) / 강희맹 도자설(盜子設) / 강희맹 백성 중에 도둑질을 생업으로 삼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 아들을 가르침에 있어서 자신의 도둑질 기술을 남김없이 전수하여 주었다. 그 도둑의 아들 역시 자기 재주를 믿고서는 스스로 자기 아버지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었다. 도둑일을 갈 째마다 도..
[좋은수필]사기등잔/목성균 사기등잔 / 목성균 시골집을 개축할 때, 헛간에서 사기등잔을 하나 발견했다. 컴컴한 헛간 구석의 허섭스레기를 치우자 그 속에서 받침대 위에 오롯이 앉아 있는 하얀 사기등잔이 나타났다. 등잔은 금방이라도 발간 불꽃을 피울 수 있는 조신한 모습이었다. ‘당신들이 나를 잊어버렸어도..
[좋은수필]말 많을 절 / 윤명희 龍龍 龍龍 / 윤명희 말을 많이 한 날은 왠지 속이 텅 빈 것처럼 마음이 허전하다. 내 속의 무언가를 다 끄집어 내 버린 듯해서 기분마저 가라앉는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은 날은 가슴속이 꽉 차게 느껴지지만 나 혼자 떠든 것 같은 날은 ..
[좋은수필]갑사로 가는 길 / 이상보 갑사로 가는 길 / 이상보 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東鶴寺)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새로 단장(丹粧)한 콘크리트 사찰(寺刹)은 솜이불을 덮은 채 잠들었는데, 관광 버스도 끊인 지 오래다. 등산복 차림으로 경내(境內)에 들어선 사람은 모두 우리 넷뿐, 허전함조차 느끼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