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1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돼지고기 반근 / 정성화 돼지고기 반근 / 정성화 대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진 날 밤이었다. 어두운 얼굴로 나가신 아버지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많은 발자국 소리가 우리 집 대문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소금이 물에 녹아내리듯 내 몸도 슬픔에 조금씩 녹아내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귀 .. [좋은수필]낙엽을 태우면서/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 이효석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언만, 낙엽은 어느덧 날고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언만, 날마.. [좋은수필]양복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양복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요전에 나는 옷장의 옷들을 정리하다가 양복을 다섯 벌이나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넥타이도 스무 개나 있었다. 그러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과거 3년 동안 양복을 입은 적은 겨우 한 번밖에 없고, 넥타이 역시 한 해에 몇 번 맬까말까. 그런데 어째.. [좋은수필]몽환적 시월 / 전혜린 몽환적 시월 / 전혜린 뮌헨의 시월이 그립다. 거기에 있을 때는 언제나 이렇게 추운 가을은 처음 보았느니 한국의 가을 하늘을 못 본 사람이 가엾느니 하면서 새파란 하늘,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 석류, 추석 보름달,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 등의 이미지와 불가분인 한국의 가을을 그리워했.. [좋은수필]버티고(Vertigo) / 정성화 버티고 (Vertigo) / 정성화 아이 새도우를 바르는 손끝이 떨렸다. 눈썹을 너무 치켜 그리면 팔자가 드세보인다는 말이 생각나서 다시 눈썹 끝을 얌전히 주저앉혔다. 헤어 스타일은 또 어떻게 하나, 미용실에 가면 한 오 년쯤은 젊어 보이게 해 줄텐데. 망설여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부.. [좋은수필]정(情) /조재환 정(情) / 조재환 우리 집에 개 모녀가 있다. 도시의 다닥다닥 붙은 주택에서 커다란 개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좀 억지이다. 대문밖에 사람만 얼씬 거려도 두 마리가 한꺼번에 짖어대니 이웃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나에게도 소음이다. 거기다 하루에 나오는 배설물이 .. [좋은수필]한은 보랏빛 / 천경자 한은 보랏빛 / 천경자 동네 친척 집에 경사가 나 타관에서 새색시가 온 날이면, 어머니 장롱 속에 들어 있던 남색과 적색 치마가 꺼내어져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내가 본 어느 새색시는 단속곳 위에 남치마를 두른 다음 그 위에 붉은 치마를 다시 두르고, 노랑 저고리.. [좋은수필]사투리에 대하여 / 정성화 사투리에 대하여 / 정성화 내 귀를 보고 있으면 좀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얼굴에 달려 있는 죄로 오십 년이 다 되도록 투박한 경상도 말만 듣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세수를 한 뒤에는 귓바퀴 부분을 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준다. 매일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날아와 탕탕 부딪히는데.. 이전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