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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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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향기로운 꽃엔 가시가 있다 / 정목일 향기로운 꽃엔 가시가 있다 / 정목일 나는 장미, 찔레, 탱자, 은목서 꽃을 좋아한다. 꽃도 좋지만 향기에 취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향기가 좋은 꽃은 가까이 가는 것을 허락하지만, 함부로 손댈 수 없게 가시가 있다. 존엄과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무턱대고 다가서다간 찔려 비명..
[좋은수필]여름의 흥(興) / 도꾸도미 로까 여름의 흥(興) / 도꾸도미 로까 1. 열두 살 되던 여름에 교오또(京都) 도가노오의 절에 피서를 간 일이 있었다. 절 아래에 한 줄기 맑은 시내가 있었고 시내 한 곳은 남빛을 모아 소(沼)를 이루고 있었고 소 위에는 바위가 내밀고 있었다. 햇빛 따가운 한낮이면 두 셋의 또래와 가까운 마을에..
[좋은수필]바이러스 검색 중 / 전희숙 바이러스 검색 중 / 전희숙 요즘 컴퓨터가 이상하다. 종종 한글이 먹히질 않거나 화면이 까맣게 꺼져버리곤 한다. 미루어오다 오늘은 큰맘 먹고 고쳐보기로 마음먹는다. 백신프로그램에 접속하여 바이러스 검색을 신청한다. “바이러스를 검사합니다. 환경에 따라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
[좋은수필]헬로우 미서방 / 정영호 헬로우 미서방 / 정영호 세계는 하나 라는 캠페인이 유행 된지 한참이나 되었다. 88올림픽 때도 그렇고 2004 월드컵 때도 번졌다. 한반도에 뿌리를 내리고 반만년 역사를 품은 이 나라 백성들이다. 모두가 배달민족이니 백의민족 이라며 순수 혈통을 자랑하며 뽐낸다. 그 자긍심이 하늘을 ..
[좋은수필]진눈깨비 내리던 날 / 이미경 진눈깨비 내리던 날 / 이미경 아침부터 흐린 날은 오후가 되자 진눈깨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는 시외버스 안은 가끔씩 하품을 하거나 졸고 있는 촌부 몇 사람뿐이었다. 사내가 버스에 오른 것은 공단을 막 벗어 날 때였다. 모자를 눌러쓴 사내는 차비가 조금 모자..
[좋은수필]바람 / 박헬레나 바람 / 박 헬레나 바람이 분다. 나뭇잎이 팔랑거린다. 바람은 어디서부터 불어와서 어디쯤서 사라지는가. 인생의 여름에서 한참 멀어진 지금, 아직도 잠재우지 못한 내 안의 바람이 마중을 나와 함께 일렁인다. 아이들 집에 머물 때 아침마다 산책로를 찾는 것은 꼭 운동을 위함이기보다..
[좋은수필]아다지오 / 최계순 아다지오 / 최계순 ‘오십’이라는 나이의 강물이 내게로 왔을 때 나는 이 시간들이 아주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지나가서 자근자근 내 곁에 오래 머물러 있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쉰’이 아주 더디게 지나가는 그래서 내게 아주 느리고 느린 아다지오이기를 바라게 된 것이다. 젖망울이..
[좋은수필]청수장(淸水壯) 여관 / 강여울 청수장(淸水壯) 여관 / 강여울 오늘도 나는 내 창 맞은편에 있는 청수장(淸水壯)여관을 건너다본다. 옥상에는 빨랫줄 가득 흰 수건들이 눈부시게 펄럭이고 있다. 그 펄럭임 속으로 냇가에서 방망이질로 빨래를 하던 어머니의 영상이 일렁인다. 청수장여관은 도심 중간에 자리한 어수룩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