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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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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누드 / 문춘희 누드 / 문춘희 모두들 옷을 벗고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걸 부끄러워하긴 커녕 깔깔대며 웃는 소리까지 들린다. 나는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내연산 수목원, 화단에 핀 야생초들이 모두 누드다. 구절초, 꿩의비름, 물옥잠들이 나체로 피어 저마다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
[좋은수필]소금 / 김원순 소금 / 김원순 간수가 모조리 빠져나간 소금자루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언젠가 세면장 바닥을 바르고 남은 시멘트 포대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던 것처럼. 국산 천일염 100%라고 쓰인 붉은 글씨가 없었더라면 그것이 소금자루인지 얼른 알아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오며가며 나는, 바윗덩이 ..
[좋은수필]한 다발의 꽃을 꽂고 / 권오욱 한 다발의 꽃을 꽂고 / 권오욱 전철에서 내려 지하도를 올라가 입구 한쪽 모서리에 풍성하게 쌓여 있는 꽃묶음들을 본다. 시내에 나갈 때 나는 이미 그 앞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 빨강, 분홍, 노랑색 장미, 주홍빛 산 나리꽃, 흰백합, 옥색 카네이션, 패랭이꽃, 안개꽃---- . 가지각색 꽃내음..
[좋은수필]수필이 있는 풍경 / 고임순 수필이 있는 풍경 / 고임순 가을이 오면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떠남으로써 만나는 새로움에 접하고 싶은 것이다. 떠남이 없이는 새로운 만남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새로움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수필 한 편 쓰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 있다. 서울 도심을 벗어나 청량리..
[좋은수필]마당쇠의 봄 / 이화련 마당쇠의 봄 / 이화련 남편은 자칭 마당쇠다. 마당일을 많이 한다는 뜻인가 본데 얼추 맞는 말이다. 그는 적지 않은 시간을 마당에서 보낸다. 안 보인다 싶으면 마당에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나무를 올려다보거나, 숨죽인 얼굴로 꽃눈을 세거나, 팔짱을 끼고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생각난..
[좋은수필]억지로라도 표정을 밝게 해라 / 이영호 억지로라도 표정을 밝게 해라 / 이영호 억지로라도 표정을 밝게 해라. 하지만 경망스러우라는 것은 아니야. 남이 슬퍼할 때 같이 슬퍼하고 남이 아파할 때는 함께 아파해야 하지. 또 남들이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히죽거리며 웃으라는 것도 아니야. 그러나 얼굴에 웃음을 담아도..
[좋은수필]강자(强者) 만이 살아 남는다 / 박정기 강자(强者) 만이 살아 남는다 / 박정기 세상은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자연의 법칙은 강한 것이 미덕이고 약한 것은 악덕이다. 힘이 세거나 날개가 있거나, 하다못해 날랜 발이라도 있어야 살아 남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도 살아 남자면 강해야 한다. 살아 남기만 해서 되겠느냐? 남..
[좋은수필]신현식의 『몰입상승』을 읽고 / 서경희 신현식의 『몰입상승』을 읽고 / 서경희 수필사랑문학회 신현식 수필가가 첫수필집 『오렌지색 등불』을 보내왔다.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서문의 매력에 끌려 찬찬히 제목을 훑다가 눈이 딱 멎었다. 『몰입상승』이라고? 비교적 짧은 그 글을 나는 정말 몰입이 되어 꼴깍 읽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