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1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생각 속에 갇힌 인간 / 정임표 생각 속에 갇힌 인간 / 정임표 참 총명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책을 읽으면 그 의미를 깨우쳐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마음의 양식으로 삼으려 하지는 않고 기막힌 문장만 암기하여 그것을 지혜인양 과시하고 다녔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삼국지를 읽으면 조조가 .. [좋은수필]봄날 사랑을 팔다 / 윤영 봄날 사랑을 팔다 / 윤영 산비탈에 그물집이 생겼다. 사방팔방으로 둘러친 골프망은 산과 하늘까지 조각냈다. 시퍼렇게 날을 세운 칼끝에도 끄떡없을 것 같다. 그물이 봄을 가두었나, 올해는 유난히 더디다. 창가에 놓인 재스민은 계절을 잊고 겨우내 꽃을 피우더니 사위어간다. 한때 절정.. [좋은수필]돼지불알 / 목성균 돼지불알 / 목성균 상달 저녁 때, 사랑에 군불을 지피고 앉아서 쇠죽솥의 여물 익는 냄새를 맞으면 잔잔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마른 장작이 거침없이 불타는 평화로운 화력에 허전한 마음을 데우면 풍흉(豊凶) 간에 일년 농사를 마무리한 농사꾼으로서의 노고가 대견스럽기 때문.. [좋은수필]김치와 고등어 / 백금태 김치와 고등어 / 백금태 시큼한 김치 한 쪽을 썩둑썩둑 썰어 냄비 바닥에 깔았다. 양파와 파도 길쭉길쭉하게 잘라 옆에 곁들였다. 그 위에 금방 어물전에서 사 온 살아 펄펄 뛸 것 같은 고등어를 손질하여 얹고 고춧가루를 듬뿍 뿌렸다. 고등어가 잠길 듯 말 듯 물을 잘박하게 붓고 가스 불.. [좋은수필]겨울이 가면 봄도 머지않나니 / 변해명 겨울이 가면 봄도 머지않나니 / 변해명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베개부터 본다. ‘오늘은 머리카락이 두 올 빠졌네.’ 머리카락을 집어내며 킬킬 웃는다.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제법 수십 가닥이 빠지지만 항암제를 맞는 사람치고 생각보다 덜 빠진다는 생각으로 위로를 받는다. 네 번.. [좋은수필]첫맛과 끝맛 / 정봉구 첫맛과 끝맛 / 정봉구 “첫맛이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셔?” 깔끔한 다방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시키고 난 다음에 건네온 송 박사님의 질문이었다. “아쇼?” 해도 좋을 텐데 “아셔?” 하고 말을 낮추어 부드러운 어감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는 말솜씨. 송 박사님, 벌써 칠십을 .. [좋은수필]봄날의 풍경화 / 김한성 봄날의 풍경화 / 김한성 거리는 커다란 풍경화다. 두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액자 모양을 만들면 더욱 또렷한 한 장의 그림이 된다. 그림 속에는 아름다움도 안타까움도 모두 담겨 있다. 일요일 오후. 나는 버스를 타려고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해는 어느덧 서산으로 넘어가고 땅거.. [좋은수필]보이스 피싱 / 김인자 보이스 피싱 / 김인자 “급하게 돈 좀 돌릴 수 없을까? 사채라도 괜찮아.” 늦은 밤 걸려온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해결사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인데 갑자기 무슨 일로 돈이 급한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보름쯤 지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항상 먼저 ..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