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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등신불/신성애 등신불 / 신성애 바위산을 올랐다. 가끔씩 바람이 불어 왔으나 땀으로 몸을 젖게 하는 초여름이었다. 바위투성이 사이로 메말라 비틀어져 분재가 되어 있는 나무의 모습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늠할 수조차 없는 시간을 비바람에 홀로 부대끼며 살아온 나무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득..
[좋은수필]목도리 / 목성균 목도리 / 목성균 대관령 못미처 횡계라는 동네가 있다. 지금은 풍부한 강설량 덕분에 스키장이 발달해서 겨울 위락단지가 되었지만 60년대 말에는 여름에 고랭지 채소와 감자농사를 짖고 겨울에는 적설에 파묻히는 고적하기 이를 데 없는 산촌이었다. 나는 강릉 영림서의 횡계분소 주임으..
[좋은수필]눈 오는 날 / 장나영 눈 오는 날 / 장나영 마당이 훤하다. 대문 밖을 내다보니 밤새 하얀 세상으로 변해있었다. 이른 새벽에 오고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골목길을 저만치 걸어 나가 상황을 살펴본다.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가며 내 발도장을 찍고 뽀드득거리는 소리에 상쾌한 마음이 되었다. 다..
[좋은수필]거시기 3대 / 한인자 거시기 3대 / 한인자 나는 거시기 3대이다. 1대 외할머니에 이어 2대 어머니, 그리고 내가 뒤를 이어 3대가 되었다. 거시기란 말은 내가 어렸을 때 외할머니한테 많이 듣던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다시 외할머니만큼 나이 들었을 때, 또 다시 어머니에게 많이 듣던 말이기도 하다. 외할머..
[일반수필]빗소리 빗소리 / 정목일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섬돌 앞의 땅이 젖는다. 나무들이 젖고 산이 젖는다. 아파트에서 생활해온 지가 20년쯤이나 돼 비의 음향을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양철 지붕에 토닥토닥 부딪치는 소리 속엔 잊어버렸던 말들이 웅얼웅얼 소곤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
[좋은수필]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권화송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권화송 현대 불교의 큰스님이신 성철 스님이 자주 쓰시던 법어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이다. 유명한 스님이 자주 쓰시는 까닭으로 이 법어가 마치 불교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었다. 이 법어로 하여 불교가 대중화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다..
[좋은수필]만년필/무라카미 하루키 만년필 / 무라카미 하루키 만년필 가계는 큰길에서 두어 골목 안으로 들어간, 허름한 상점가의 한가운데쯤에 있었다. 출입구에는 유리문 두짝만한 간판이 나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문패 옆에 ‘만년필 맞춤’이라고 조그만 글씨로 씌어 있을 뿐이다. 유리문은 끔찍하게도 아귀가 뒤..
[좋은수필]만 가지 걱정/조재환 만 가지 걱정 / 조재환 내가 못났지만 그래도 글 쓰는 사람이라고 친구가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맞지 않을 문맥이나 좀 고쳐달라면서 보내 온 글은 “처형에게”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쓰여 져 있었다. “우리부부가 비록 초혼에는 실패했어도 새로운 행복을 꿈꾸며 재혼을 했습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