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6026)
[좋은수필]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권화송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 권 화 송 ‘친한 사이에는 여수하지 말라’고 한다. 친한 사람일수록 어려울 때 상부상조하는 것이 도리인데 여수하지 말라니? 아무리 친해도 돈을 그저 줄 수는 없는 일, 빌린 쪽에서 생광스레 잘 쓰고 원금을 갚으면 문제는 없지만 사람 마음이 화장실 갈 때 다..
[좋은수필]문신/노경애 문신 / 노경애 아침에 눈을 뜨면 이층집 창문을 바라보며 하루일과를 시작했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새댁은 음악을 틀어놓고 잠옷을 입은 채 부스스한 얼굴로 창문을 열고 우리 집을 향해 이불을 털어댔었다. 방망이로 툭툭 이불을 털 때마다 먼지가 죄다 우리 집으로 날아와 여간 신경이 ..
[좋은수필]터널/임정희 터널 / 임정희 고속도로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터널 속으로 빨려든다. 터널 속 전등불빛이 허공으로 뻗은 레일처럼 나와 함께 평행선으로 달린다. 얼마 후에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보면 분명히 미래로 가고 있다. 왼쪽 차선으로 달리는 머리 위의 불빛은 현재의 길이요 오..
[좋은수필]아침형 인간 / 성병조 아침형 인간 / 성병조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아침형 인간이다. 그것도 보통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아침형이 아니라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좀 유별난 아침형 인간이다. ‘새벽 네 시 기상, 화장실, 세차, 조깅, 신문 읽기나 독서, 아침밥 준비, 세면, 식사, 출근...’ 아마도 저녁형..
[좋은수필]배필 / 목성균 배필 / 목성균 강화도 최북단 철산리 뒷산에 있는 180오피는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 하구의 질펀한 해협이 굽어보이는 돈대 위에 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위해서 흑색 쾌자를 입고 돼지털 벙거지를 쓴 병졸들이 창을 들고 불란서 함대와 맞서 있었음직한 곳이다. 나는 43년 전, 이곳에서 ..
[좋은수필]달이 떠 있는 쪽으로 가시오 / 안도현 달이 떠 있는 쪽으로 가시오 / 안도현 스물 몇 살 때쯤에 나는 시골에 사는 친구네 집을 찾아가다가 밤에 길을 잃었다. 여치 소리가 귓가에 톱밥처럼 쌓이는 가을이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으면 친구네 집 불빛이 보이겠거니, 하고 산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그만 길을 잘못 접..
[좋은수필]멀고 눈물겨운 나의 꿈 / 박범신 멀고 눈물겨운 나의 꿈 / 박범신 2월에 10여 년 이상 재직하고 있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직을 사직하고 이곳, 원주 근교의 오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토지문학관 방 한 칸을 얻어 내려왔다. 교수직을 그만두는 일이나 토지문학관으로 내려오는 일이나 쉽진 않았다. 작가이기 이전..
[좋은수필]목화밭을 지나며 / 마종기 목화밭을 지나며 / 마종기 미국 남부의, 사투리 심하고 느리고 게으르고 후텁지근하게 무더운 조지아 주를 잘 알고 계시는지? 플로리다 주 위에 감자떡같이 앉아 있는 농투성이 인상의 조지아주. 남북 전쟁 때는 남부군의 사령부가 있었고 그래서 더 잘 알려진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