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한 송이 수련 위에 부는 바람처럼 / 손광성 한 송이 수련 위에 부는 바람처럼 / 손광성 수련을 가꾼 지 여남은 해, 엄지손가락만한 뿌리를 처음 얻어 심었을 때는, 이놈이 언제 자라서 꽃을 피우나 싶어 노상 조바심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자꾸 불어나서 이웃과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고도 지금 내 물둠벙은 수련으로 넘친다. 나.. [좋은수필]내가 훔친 행복 / 이시은 내가 훔친 행복 / 이시은 미처 돌아보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누군가가 애써 가꾼 야채 몇 가지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시장보따리를 풀어 깻잎을 보면 지나간 기억들이 슬금슬금 고개를 든다. 입덧이 유달리 심했던 첫아이를 가졌을 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음식물을 토해내며 밥을 먹지 .. [좋은수필]무명초를 베다 / 손훈영 무명초를 베다 / 손훈영 거실 한 복판에 초상화 한 점이 걸려있다. 졸지에 민머리가 된 엄마가 안쓰러웠던지 유머를 다해 딸이 그려준 초상화다. 내 머리통을 불 켜진 백열전구에 비유해 놓았다. 전구가 된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항암주사를 맞은 뒤 일주일이 지났을 때다. 샤워를 .. [좋은수필]시원한 냉면과 파가니니 / 유혜자 시원한 냉면과 파가니니 / 유혜자 여름이면 붉은 깃발을 걸고 신장개업한 냉면집을 찾아가 본다. 기대하며 달려가서 먹어보면 번번이 실망하면서도, 면이나 국물 맛이 20년 동안 단골집에 미치지 못하는 걸 확인하는 결과밖엔 안 된다. 얼마 전에 먼 거리에 있는 단골집으로 근무시간에 .. [좋은수필]한 잔 술이 그리워 / 김 학 한 잔 술이 그리워 / 김 학 술 한 잔이 그리울 때가 있다. 허름한 포장마차에 들러 정겨운 형수 닮은 아주머니의 선심을 안주 삼아 한 잔 한 잔 마시는 술맛도 그만이다. 그때는 소주라야 어울린다. 훌쩍 한 잔 마시고 나서 슬며시 빈 잔을 아주머니에게 건네면 못이긴 체 잔을 받아드는 그 .. [좋은수필]존재 / 정목일 존재 / 정목일 비 오는 여름, 있어도 없어도 그만일 듯한 개망초꽃이 되어 들판에 나가 보았어. 비안개 속으로……. 누가 부는 것일까. 한 가닥 실바람 끝에서 실로폰 소리가 들려왔어. 무논에 펼쳐놓은 초록빛 융단 위에 문득 드러눕고 싶었어. 그냥 논바닥 위에 누워 버릴까……. 한 포기.. [좋은수필]스페셜 메뉴 / 박경대 스페셜 메뉴 / 박경대 입이 궁금하여 냉장고에서 캔 맥주 하나를 꺼내었다. 그때 옆에 붙어있던 메모지가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을 봐 달라는듯하여 주워 읽어보다 ‘피식’ 웃고 말았다. 반찬과 국, 그리고 특별난 음식을 적어둔 일종의 메뉴로 모두 아내가 좋아하는.. [좋은수필]문 / 김양희 문 / 김양희 문門을 열어보니 어머니는 잠들어 있었다. 그게 이승과의 마지막이었다. 세상과의 연緣을 문 하나 사이로 마감한 것이다. 숨지기 전 자식들이 저 문을 열어주기를 엄마는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 문은 세상과의 소통이요 자신을 열어 보이는 통로였다. 열림은 오는 것이요..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