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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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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인생은 산책이다 / 김잠복 인생은 산책이다 / 김잠복 저는 요즈음 산책을 즐깁니다. 매일 근처 강변길을 따라 한두 시간을 걷다가 돌아옵니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 앙증맞은 노랑머리 유채꽃, 평화롭게 노니는 오리 떼의 아침 나들이를 함께하고 나면 몸이 새털처럼 가볍고 맑아집니다. 저녁나절 산책..
[좋은수필]긴 쑥부쟁이 꽃이 되어 / 김주안 긴 쑥부쟁이 꽃이 되어 / 김주안 강변을 거닐다가 우연히 한 무더기의 야생화를 만난 적이 있다. 무리지어 피어 있는 화사한 모습이 발걸음을 오랫동안 멈추게 하였다. 며칠 뒤에 기어코 몇 뿌리를 캐왔다. 빈 화분에 심었는데 꽃송이가 작은데다 가지도 몇 안 되어서인지 볼품이 없었다. ..
[좋은수필]은행알 선물 / 임민빈 은행알 선물 / 임민빈 갈색 속껍질이 싸고 있는 땅콩 같은 것이 밥 안에 들어있다. 갈라진 속껍질 사이로 말랑말랑한 노란 연질의 속살이 보인다. 아내를 쳐다보니 은행알이라고 한다. “당신이 병원에서 가져왔잖아요. 기관지에 좋다고 해서 밥에 넣었어요.” 진료를 끝낸 노인이 검은 ..
[좋은수필]하산下山 / 한숙희 하산下山 / 한숙희 몸은 산에서 내려왔는데 마음이 하산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간 집을 나서면 온종일 산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랬던 내가 올해는 묵언수행이라도 하듯 텃밭 잡초만 뽑았다. 지난 오월 하순께 딱 하루 산엘 갔..
[좋은수필]겨울 산에서 시작하리라 / 이정림 겨울 산에서 시작하리라 / 이정림 겨울 산을 오른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또 가을대로, 산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절기의 산보다 겨울의 산은 독특한 매력으로 나를 이끈다. 겨울 산에 서면, 늘 나는 내 육체가 서서히 비어 감을 느낀다. 잎사귀를 떨..
[좋은수필]은행나무 / 김잠복 은행나무 / 김잠복 텃밭으로 가는 길목에 집채만 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그 앞을 오가지만, 오늘 아침에 바라본 나무는 달랐다. 회갈색 속살을 오롯이 드러낸 은행나무다. 봄부터 걸쳤던 옷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차가운 바람 앞에 선 것이 마치 속세를 떠나 참선에 ..
[좋은수필]소멸에 관하여 / 권민정 소멸에 관하여 / 권민정 어쩌면 지금 내 나이가 그런 나이인지 모른다. 딸이었다가 엄마, 할머니까지 된 지금 몸은 아내, 엄마, 할머니 쪽에 있으나 마음은 내 어머니의 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출근하듯이 어머니에게 가자고 진즉 마음을 먹었으나 일주일 만에, 그것도 주무실 시간이 ..
[좋은수필]특별한 인생 / 박명순 특별한 인생 / 박명순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꿈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비록 그 꿈이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라고 해도 열심히 노력하다가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날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 나에게는 먼 훗날에 대학을 나와서 훌륭한 소설가가 되고 싶은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