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지렛대 / 문경희 지렛대 / 문경희 주산 구릉이 그리는 스카이라인은 관능적이다. 홑 것만 걸친 여인의 몸선 같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산의 굴곡은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젖무덤처럼 봉긋 솟아오른 능과 능은 산이 산을 업은 듯 웅대하고, 능을 감고 도는 황토색 속살은 전인미답의 처녀지처럼 은밀해 보인.. [좋은수필]공기가 달라질 때 / 손훈영 공기가 달라질 때 / 손훈영 긴 연휴가 끝나고 남편이 출근을 한다. 출근가방을 챙겨주며 현관까지 배웅을 한다. 삐리리리, 현관문이 잠긴다. 기다렸다는 듯 세상을 잠근다. 혼자다. 혼자인 것이 너무 좋은 월요일 아침이다. 연휴 동안 계속 식구들과 함께 지냈다. 같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 [좋은수피]엄마의 된장 / 김정례 엄마의 된장 / 김정례 거실 주인이 바뀌었다. 어제 털어 오셨다는 뽀얀 콩이 가득 담긴 함지박이 엄마를 대신하고 있다. 콩 위에 얹혀있는 콩꼬투리 몇 조각은 아직 엄마의 손길이 더 남아있음을 말하고 있다. 여기저기 아프다 하면서도 엄마는 소일거리라며 농사일을 놓지 못하신다. 아.. [좋은수필]뚝배기 / 류영택 뚝배기 / 류영택 식탁위에 놓인 뚝배기를 바라본다. 생전에 어머니가 쓰던 물건이다. 지금은 식탁중앙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동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법랑용기에 자리를 내주고 주방 한구석에 밀려나는가 싶더니 끝내는 대문 앞에 버려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 [좋은수필]드러누운 나무 / 이은희 드러누운 나무 / 이은희 눈이 쌓인 저수지에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먼저 다녀간 이들이 많다는 소리이다. 나무와 가을에 보자는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지낸 것이다. 그러다 문득 드러누운 나무가 떠올라 방죽골을 한겨울에 찾았다. 그것도 코끝이 찡하고 얼굴에 반점이 피어오르.. [좋은수필]단풍 들다 / 김잠복 단풍 들다 / 김잠복 며칠 전, 서울에서 돌아오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을 때다. 평일인데 휴게소 안은 마치 설 대목 시장처럼 사람들로 북적댔다. 주차장은 각처에서 달려온 미끈한 광광버스가 사열해 있고 식당가나 화장실은 초만원이었다.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주변 사.. [좋은수필]내가 하나의 풍경이 되려면 / 김애자 내가 하나의 풍경이 되려면 / 김애자 지금은 봄이다. 대지는 신생하는 것들의 기운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럴 땐 강가로 나가는 것이 좋다. 이랑져 흐르는 물결 위로 굴절하는 빛의 눈부심, 볼에 와 닿는 상큼한 바람결이 다함없다. 강변에 깔린 마름 갈대들의 음률도 들을만하다... [좋은수필]꿈꾸는 신발 / 우희정 꿈꾸는 신발 / 우희정 삼청공원 올라가는 좁은 길목에 상점이 하나 있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발길을 기다리는지 유별나게 눈길을 끄는 구두가 매번 진열되어 있다. 다른 구둣가게의 진열창과 다른 점은 원색의 색깔에 감히 아무나 소화하기 힘든 디자인의 구두가 서너 켤레 도드라진 포.. 이전 1 2 3 4 5 6 7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