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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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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미조(迷鳥) / 조이섭 미조(迷鳥) / 조이섭 예쁜 새 한 마리가 텔레비젼 화면에 나타났다. 녹황색 날개 무늬에 눈 앞뒤로 검은 실선이 그어진 노랑배솔새였다.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지내다 여름에 중국 남부로 이동해 번식하는 철새인데, 수백 킬로미터 벗어난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
[좋은수필]눈 물 / 임만빈 눈 물 / 임만빈 중환자실 한쪽에서 여인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누워있는 환자는 보호자가 우는지도 모른 체 식물같이 꼼짝 않고 있다. 침대 앞에는 뚜껑도 열리지 않은 죽 그릇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여인은 죽을 코를 통해 위(胃)속으로 들어간 호수 줄에 넣을 생각도 하지 않..
[좋은수필]부처는 왜 절벽에 서 있는가 / 정목일 부처는 왜 절벽에 서 있는가 / 정목일 마애불磨崖佛은 바위에 새겨놓은 불상이다. 한국의 깊은 산 속에는 삼국시대 때부터 화강암에 새겨진 마애불을 볼 수 있다. 산 정상 부근 어디쯤 절벽에 새겨진 마애불은 언제 누가 새겨 놓은 것일까. 산 속에 숨어 있는 벼랑은 태고의 정적을 안고 ..
[좋은수필]긴 쑥부쟁이 꽃이 되어 / 김주안 긴 쑥부쟁이 꽃이 되어 / 김주안 강변을 거닐다가 우연히 한 무더기의 야생화를 만난 적이 있다. 무리지어 피어 있는 화사한 모습이 발걸음을 오랫동안 멈추게 하였다. 며칠 뒤에 기어코 몇 뿌리를 캐왔다. 빈 화분에 심었는데 꽃송이가 작은데다 가지도 몇 안 되어서인지 볼품이 없었다. ..
[좋은수필]나무 / 엄현옥 나무 / 엄현옥 무대는 은은함이 감돈다. 부드러운 조명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닌 듯하다. 바닥과 벽면을 채운 질 좋은 나뭇결이 한 몫을 한다. 목재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에 비해 질감이 좋다.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주변과 잘 어울리는 조화로움을 지닌 것이다. 요란한 색상으..
[좋은수필]세월 저편의 당수나무 / 정해경 세월 저편의 당수나무 / 정해경 노을빛 곱게 물드는 저녁나절에 우연히 어느 낯선 농촌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보이는 외딴 집 굴뚝에서 향수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때문인지 몇 가구 안 되는 마을의 정경이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제일 먼..
[좋은수필]몸과 말의 아름다움 / 김형규 몸과 말의 아름다움 / 김형규 옛날 우리 선조들은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내세웠다. 이는 사람의 됨됨이나 재능을 시험하여 관리를 선발하는 중요 척도로 첫째로 신체의 건강과 체격 용모 몸가짐, 둘째로 사람과의 대화능력과 말솜씨 언변, 셋째로 문장..
[좋은수필]날숨 소리 / 윤상기 날숨 소리 / 윤상기 휘영청 뜬 보름달이 창문 앞에 걸려 있는 밤이다. 책상 앞에 붓 한 자루와 한지韓紙를 올려놓았다.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갈며 묵묵히 앞에 펼쳐진 한지를 바라본다. 반상 위에 펼쳐진 흰 종이에 천지의 맑고 깊은 기운이 스며있는 것 같다. 벼루에 있는 농도 짙은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