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레일 / 김희자 레일 / 김희자 기차가 연착이라 했다. 플랫폼으로 들어서야 할 시간이 지났건만 길게 누운 선로에는 밤바람만 휘적댄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긴 기다림처럼 어둠 속에 두 개의 선이 늘어져 있다. 기차가 오고 가는 레일이다. 연을 맺고 나란히 가는 부부처럼 쌍을 이룬 몇 .. [좋은수필]내 고향 세레나데 / 이상예 내 고향 세레나데 / 이상예 계절이 바뀌어 강마을에도 가을이 깊었다. 나는 하늘이 높고 맑은 청색을 띄며 화선지와 자잘한 그림도구를 챙겨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금호강으로 간다. 금호강 둑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로 웅성거리지만 선득한 날씨 탓인지 간간히 낚시를 하는 사람.. [좋은수필]망치 고개와 구절초 / 이정순 망치 고개와 구절초 / 이정순 우두둑 우두둑 우산 지붕 위로 떨어지는 가을비가 정겹다. 참았던 아이의 울음보처럼 가뭄 끝의 비소리를 들으며 망치고개로 온다. 북병산 자락을 향한 완만한 길에 위풍당당한 벚나무 아래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상상화가 만발하게 피어있던 고개다. 이룰 .. [좋은수필]기도 / 김정순 기도 / 김정순 기도는 간절했다.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 올라온 기도는 보이지 않는 절대자를 향하고 있었다. 죽음의 문 앞에 선 연약한 어미의 절박한 기구. “하느님 10년만 더 살게 해 주십시오. 내게는 그 10년이라는 세월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독교 교인도 아닌 내가 하느.. [좋은수필]불이 켜지다 / 강여울 불이 켜지다 / 강여울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진다. 브레이크를 밟고 서서히 차를 멈춘다. 반대편 차선으로 제 몸도 삼킬 듯 강렬한 불빛을 달고 자동차들 무섭게 달린다. 어둠이 진저리치며 부지런히 길을 연다. 어둠의 배를 가르고 질주하는 눈부신 불빛들의 행렬 도시는 밤에도 힘차다. .. [좋은수필]모과 / 최원현 모과 / 최원현 문을 여니 향긋한 냄새가 와락 몰려든다. 무엇일까. 두리번거리는 내게 텔레비전 위에 작은 바구니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냄새는 거기서 나는 것 같다. 얼마 전 병원에 입원했던 처제에게 친구가 가져왔다던 세 개의 모과, 그 때 처제는 제일 잘 생긴 것으로 골라 나에게 .. [좋은수필]남도의 원색 / 유홍준 남도의 원색 / 유홍준 유난히도 봄이 일찍 찾아온 강진 땅에 모든 봄꽃이 피어 있었다. 산그늘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햇살을 받으며 밝은 광채를 발하고 있었고, 길가엔 개나리가 아직도 노란 꽃을 머금은 채 연둣빛 새순을 피우고 있었다. 무위사 극락보전 뒤 언덕에는 해묵은 동백나무에.. [좋은수필]공사장 사람들 / 고병옥 공사장 사람들 / 고병옥 공사가 시작된 것은 9월 초였다. 내가 살고 있는 사택 앞에 새 건물을 짓는다. 담도 가리도 없으니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다 볼 수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산뜻한 건물이 그려진 조감도와 빨간색의 위험 표지판 그리고 출입 금지구역이라는 푯말이 세워지고 곧바로 .. 이전 1 ··· 4 5 6 7 8 9 10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