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 시 (168)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 시]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 [좋은 시]유월의 시 / 김남조 유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 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정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 [좋은 시]첫 봄같이 / 고재종 첫 봄같이 / 고재종 논두렁에 산수유꽃 사태난 것은 며칠째 불어대는 동부새의 짓이다 꽃 피는 그 앞에서 무슨 공을 다투랴 탈탈탈탈, 경운기 몰아댈 때마다 세섯덩이 넘어가고 넘어가면 고비고비 사람도 참 많이 넘어야겠다 이곳저곳의 쥐불연기 보아라 고구려고구려 오르는 저 모습이 땅의 기도 아.. [좋은 시]밀 물 / 정끝별 밀 물 /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좋은 시]폐차장 근처 / 박남희 폐차장 근처 / 박남희 이곳에 있는 바퀴들은 이미 속도를 잃었다 나는 이곳에서 비로소 자유롭다 나를 속박하던 이름도 광택도 이곳에는 없다 졸리워도 눈감을 수 없었던 내 눈꺼풀 지금 내 눈꺼풀은 꿈꾸기 위해 있다 나는 비로소 지상의 화려한 불을 끄고 내 옆의 해바라기는 꿈 같은 지하의 불을.. [좋은 시]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 이경림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 이경림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내 사랑이네 저 후박나무 그림자가 내 사랑이네 그 흔들림 너머 딱딱한 담벼락이 내 사랑이네 온갖 사유의 빛갈은 잎사귀 같아 빛나면서 어둑한 세계 안에 있네 바람은 가볍게 한 생의 책장을 넘기지만 가이없어라 저 읽히지 않는 이파리들 그 난.. [좋은 시]장미의 이름으로 / 권택명 장미의 이름으로 / 권택명 장미의 이름으로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눈부신 오월의 하늘 아래 사랑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처음 고백해 보낸다 지워지지 않는 햇살 속에서 조세핀, 그대의 이름은 빛나는 황홀 온 힘 다해 불을 지피는 사랑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희망의 언어를 보낸다 가시와 가시 끝.. [좋은 시]먼 나라 / 김선굉 먼 나라 / 김선굉 얼마나 큰 그리움으로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면 되겠느냐 오늘 쓸쓸히 바람이 불어 묵은 옷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 일렁이나니 내가 그 일렁이는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많이 취하면 되겠느냐 사랑이여, 짙은 어둠 속에서 가장 어두운 한 어둠이 빛나고 있어서 내 황홀하여 나.. 이전 1 ··· 4 5 6 7 8 9 10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