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 시 (168)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 시]불 커진 하얀 네 손바닥 / 장석남 불 커진 하얀 네 손바닥 / 장석남 내가 온통 흐느끼는 나뭇가지 끝에서 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정처없어할 때 너는 내게 몇 구절의 햇빛으로 읽혀진다 가슴 두드리는 그리움들도 묵은 가지들이 살아와 울자고 청하는 눈물도 눈에 어려 몇 구절 햇빛으로 읽혀진다 불꺼진 하얀 네 손바닥 햇빛 속에서 .. [좋은 시]굽은 못 / 김준연 굽은 못 / 김준연 자신이 박힐 자리를 못은 정확히 알고 있다 호흡을 가다듬고 단숨에 팍, 치고 든다 망설임은 허용치 않는다 네 가슴에, 나는 굽은 못으로 박혀 있다 [좋은 시]너에 대한 생각 / 이승훈 너에 대한 생각 / 이승훈 너에 대한 생각은 가냘픈 들국화 같고 가느다란 들길 같고 이 마음 속에 딩구는 너에 대한 생각은 하이얀 눈발 같고 어디론가 떠나가는 배 같고 자꾸만 어디로 가서 살고 싶은 이 마음 속에 딩구는 너에 대한 생각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같고 지상에 남은 한 조각 마지막 빵 같.. [좋은 시]다시 겨울 / 문형렬 다시 겨울 / 문형렬 너는 가고 뒤늦게 나는 짐을 꾸린다 손끝마다 굽이지는 하늘로 한바탕 다시 흰 눈은 내려 몸 굴려 나는 눈꽃보다 가벼운 그리움을 들고 물 흐르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곳에서 차디찬 흙을 껴안고 얼어 죽은 꿈들을 잡아먹으며 봄이 와도, 나는 마음 없이… 떠내려가는 얼음장 그리하.. [좋은 시]봄날의 잠깐 / 이진홍 봄날의 잠깐 / 이진홍 봄볕 속에 꽃과 절망이 지나갔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독한 향기가 쏟아졌다 파릇파릇 옴트는 가지 사이 그녀의 눈빛이 칼날처럼 아름다웠다 칼날에 맞아 쓰러졌다 심장이 찢어지고 피와 기쁨이 흘렀다 멀리서 우레소리도 들렸다 눈을 감았다 눈가풀에 나비가 밟혔다 눈물에 번.. [명시]빈집 / 기형도 빈집 / 기형도 사랑를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 [명시]서기 2010년, 봄 / 송종규 서기 2010년, 봄 / 송종규 푸르스름한 밤이었다 비비새가 창가에 와서 휘파람을 불고 갔다 그 날은 보름이었고 그 날은 창문 가득 아름드리 소나무가 차오르는 밤이었다, 그날은 먼데서 누가 팍, 자지러지는 밤이었고 땅 속 깊은 데서 누가 두레박를 퍼올리는 밤이었다 나는 나뭇가지를 헤집고 다니며 .. [명시]치정 / 이 인 주 치정 / 이 인 주 위태한 전율은 아름답다 눈부신 내 몸 깊숙이 악성 바이러스를 숨긴 꽃씨주머니가 있다 붉고 푸른 꿈들이 팽팽하게 부푼 꽃씨주머니 탁, 터질 때 한 송이의 아름다움에 달라붙는 점조직의 트로이목마바이러스 뿌리에 침투하여 어느새 꽃봉오리 속에 불쑥 고개를 내민다 딩동딩동 본색.. 이전 1 ··· 5 6 7 8 9 10 11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