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콩 한 포기 / 김신희 콩 한 포기 / 김신희 들머리, 길 왼쪽으로 너른 콩밭이다. 논둑에도, 차의 왕래가 잦은 도로의 둔덕에도 콩 포기가 촘촘하다. 가지마다 콩 열매가 조랑조랑, 가을볕에 포만함으로 살포시 눈을 감고 있다. 나는 한 모숨에 들 것 같은 담숙한 콩 포기를 쑤욱 뽑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 [좋은수필]슬픈 타조 / 류영택 슬픈 타조 / 류영택 정자는 내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나는 수를 헤아리듯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차며 서 있는 정자의 어깨를 툭 쳤다. 정자는 화들짝 놀란 모습으로 고개를 돌린다. 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느냐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나는 손으.. [좋은수필]콩나물을 키우며 / 변해명 콩나물을 키우며 / 변해명 콩나물을 키운다. 가을에 검은 기름콩油太의 눈이 좋은 것을 골라 물에 불려 싹을 틔우고 시루에 안쳐 놓고 물을 준다. 하루에 열 번쯤, 조금 더 정성을 들여 몇 번 더 물을 주고 콩나물시루 보자기를 덮어 햇볕을 받지 않도록 하고 정갈하고 따뜻한 곳에 둔다. .. [좋은수필]3일 간의 원초적 삶 / 김인숙 3일 간의 원초적 삶 / 김인숙 얼굴이 따사로웠다. 살며시 눈을 뜨니 따뜻한 아침햇살이 방 안 가득이다.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이제 내가 정신이 드는가? 4일 전 일이다. 아무데나 눕고 싶고 몸이 나른했다. 또 몸에 반란이 일어나려나?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 같아 일찍 자리에 누웠.. [좋은수필]춘매(春梅) / 김애자 춘매(春梅) / 김애자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한 번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분에 대해 많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키가 훌쩍 크고 말수가 적으며 고집이 세다는 것을…. 그뿐이 아니다. 아버지는 길을 걷다가 소낙비를 만나도 결코 남의 집 추녀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 [좋은수필]태실(胎室) / 박시윤 태실(胎室) / 박시윤 가을볕을 받으며 태실에 오른다. 세종대왕 대군들의 태(胎)가 봉안된 곳이다. 여기는 내 마음의 시름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때 혼자 조용히 다녀가는 영혼의 정화구역이다. 풍수에서는 태실을 두고 새끼를 잉태한 어미의 자궁과도 같아서 사시사철 좋은 기氣가 흐.. [좋은수필]거리의 악사 / 정선모 거리의 악사 / 정선모 며칠 전, 종로에 나갔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시인통신’에 들렀다. 골방 같은 그곳에 빽빽이 들어앉아 서로 무릎 맞대고 문학을, 군사정권을, 젊음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신열을 앓던 예전의 친구들이 떠올라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데, 한 할아버지가 기타를 메.. [좋은수필]흥부네 슈퍼 / 구양근 흥부네 슈퍼 / 구양근 나는 심야의 산책을 즐긴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에 아내와 손을 잡고 아파트 숲을 걷는 것도 꽤 괜찮은 여유 중의 하나이다. 키 큰 아카시아 잎 사이로 세어 들어오는 불빛을 맞으며 걷는 여름밤은 상쾌하다. 아파트 동棟마다 조금씩 다른 정원수를 감상하며 살..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