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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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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인생 항해 / 김근혜 인생 항해 / 김근혜 작은 이이는 착한 해커이다. 중학교 다닐 때, 우연히 접하게 된 삼촌의 프로그래밍 책이 인생 항해의 출발점이 되었다. 남들이 많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처녀항해의 닻을 올렸다. 대양에서 낚아 올리는 C언어는 어린 아들을 잡아당기는 미늘이었다. 암호 같은 언..
[좋은수필]바지랑대 / 장미숙 바지랑대 / 장미숙 솜털 같은 구름이 산등성이에 걸려 있다. 하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말갛다. 태고의 색처럼, 순수로 빚어놓은 백자의 색감 같은 구름을 하늘이 감싸고 있다. 향기로운 바람 한 줄기가 가슴을 열어젖히는 이런 날은 문득 고향 집 마당에 있는 바지랑대가 떠오른다. ..
[좋은수필]바루 / 김희자 바루 / 김희자 꽃 구경을 하러 나들이를 갔다가 사찰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음식점의 모양이 절집을 닮았다. 겉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바루’ 라는 특이한 이름이 나를 더 붙들었다. 바루는 사찰에서 승려가 쓰는 밥그릇을 말하며 바리때, 발우라고 불린다. 적당한 양과 자연..
[좋은수필]그 여자의 말뚝 / 송혜영 그 여자의 말뚝 / 송혜영 딱따구리가 야무지게 나무를 찍는 것 같은 소리에 잠이 깼다. 잠자리를 걷고 일어나려는데 ‘딱딱’ 오금을 박는 목소리가 다시 아침 공기를 갈랐다. 그녀가 돌아왔나 보다. 논에 모도 얼추 자리를 잡았고, 한 숨 돌리는 참에 서울 다녀온다며 나섰는데 좀 늦었다..
[좋은수필]불돌 / 조이섭 불돌 / 조이섭 아이들이 떼 지어 뛰놀고 있었다. 판자촌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은 온통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 찼다. 가난한 동네에 아이들은 왜 그리 많았던지. 골목 구석구석에서 구슬치기며 딱지치기, 말타기를 하느라 동네가 떠나갈 듯했다. 어른들도 그런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
[좋은수필]싸리비 / 이정연 싸리비 / 이정연 봄에는 싸리비 꽃잎을 쓸고 / 여름엔 싸리비 빗물을 쓸고 / 가을엔 싸리비 낙엽을 쓸고 / 겨울엔 싸리비 흰눈을 쓸고 단순한 노랫말 속에 고향집 마당의 사계가 추억 속의 영화처럼 펼쳐지고 나는 어느새 자신감으로 충만해진다. 어릴 적 싸리비 하나를 만들어 마당을 쓸..
[좋은수필]깊고 푸른 봄 / 한경선 깊고 푸른 봄 / 한경선 사람들은 벚꽃에 홀려 들떠 있었다. 꽃향기 대신 날리는 지린 냄새도 풍선처럼 떠오른 흥분을 끌어내리지 못했다. 하필 동물원에 핀 벚꽃을 보러 갔으니 사육장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원숭이 우리 앞에 모여 있었다. 생김새가 다른 원..
[좋은수필]글내와 사람내 / 박양근 글내와 사람내 / 박양근 모든 사물은 고유의 냄새를 지니고 있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에서도 냄새가 난다. 무엇인가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리면 냄새를 먼저 맡는다. 모두가 체취로 자신을 드러내려 하므로 인간의 오감 중에서 후각이 가장 예민하다. 냄새 중에는 좋은 것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