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꺼지지 않은 촛불 / 조이섭 꺼지지 않은 촛불 / 조이섭 산소 봉분의 눈물 자리가 선명했다. 지난여름 폭우에 듬성듬성하던 잔디가 쓸려나갔다. 아들의 불효만큼 흙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제 잘못은 접어두고 비 탓만 하려니 가슴이 먹먹했다. 추석이 다가오자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겨끔내기로 벌초하는 날짜를 물.. [좋은수필]다섯 섬인지 여섯 섬인지 / 유병근 다섯 섬인지 여섯 섬인지 / 유병근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로 눈앞의 오륙도를 입에 담는다. 섬이 다섯이라느니 여섯이라느니 고개를 이쪽 혹은 저쪽으로 갸웃거리며 헤아리기도 한다. 남구 용호동 장자산의 남서끝자락 해안에 매달린 오륙도는 이마에 부딪칠 듯 훤하다. 성.. [좋은수필]꽃 / 김아가다 꽃 / 김아가다 연분홍 드레스를 입은 듯 꽃들의 모습이 화사하다. 그중 길가 쪽에 맵시 좋은 꽃봉오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사랑에 취한 듯 미소 미금은 연꽃이 고혹적이다. 행여 볼까 살피면서 꽃을 꺾어 품에 안고 있다. 그리고 딱 하루였다. 화병 속의 꽃은 하루 만에 고운 모습과 빛.. [좋은수필]거미 / 노혜숙 거미 / 노혜숙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쳐다보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언제부터 녀석이 거기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녀석의 등장으로 모처럼 즐기려던 오수의 꿈을 놓치고 말았다. 저 정도 안정감이면 다따가 뚝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 [좋은수필]인고의 맛은 달다 / 박월수 인고의 맛은 달다 / 박월수 삼월에 먹는 음식 중에 '파강회'만큼 식욕을 돋우는 게 또 있을까. 겨우내 언 땅과 함께 제 몸도 얼었다가 설핏 따뜻한 기운이라도 비치면 녹기를 거듭한 움파의 맛은 달다. 날카로운 매운맛은 모두 버리고 순한 단맛만을 간직한 채 삼월이면 보드라운 새 잎을 .. [좋은수필]벼랑을 품은 바다 / 김응숙 벼랑을 품은 바다 / 김응숙 가슴에 벼랑을 품은 이는 동해바다로 갈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툭 끊어지고, 그 아스라한 끝점에 한 발을 디딘 사람, 하루와 하루의 틈 사이로 까마득한 바닥이 보이는 사람은 말이다. 가서 그 푸르고 푸른 물결 앞에 주저앉을 일이다. 한사코 몰려오는 파.. [좋은수필]별빛 / 정경해 별빛 / 정경해 고즈넉한 청량산이 일렁인다. 어둠이 짙어가는 깊은 골에 은하수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대웅전과 절집 마당은 물론이고 잔디밭과 금송화가 한창인 꽃밭으로도 모자라 길목과 오르내리는 계단까지 들어찼다.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가파른 언덕도 가리지 않았.. [좋은수필]나의 삼손 / 손훈영 나의 삼손 / 손훈영 남자가 길모퉁이를 돌아간다. 작아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의 머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멀리서 보니 민머리가 더욱 뚜렷하다.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오늘따라 남편의 머리카락이 텅 비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물일곱의 남자는 멋졌..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