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3 (10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절구불(佛) / 김은주 절구불(佛) / 김은주 떡집 앞 어두운 곳에 백발의 절구 불佛이 있다. 방도 아닌 그곳에서 깨어 있을 때 보다 졸고 있을 때가 더 많지만 감은 눈으로 절구질만은 잘도 한다. 짧게 자른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가시 같은 손목으로 나무공이를 움켜 쥔 채 쉼 없이 절구질을 해 대고 있다. 난만.. [좋은수필]거실 정원 / 김외남 거실 정원 / 김외남 동장군이 기세를 떨치는 전날, 휴일을 이용하여 마당의 분들을 말끔히 씻어 거실로 옮겼다. 상추는 비닐로 온상을 만들고 일부는 작은 온실로 들였다. 가시 숭숭한 유자나무는 지하실로 보내고 내 키보다 훌쩍 커버린 벤자민은 가운데 두었다. 꼭꼭 찔러서 성가시고 .. [좋은수필]너무 좋은 향기 / 최원현 너무 좋은 향기 / 최원현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아주 하찮은, 그리고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그것들에서 발견하는 소중한 진리가 빛바랜 내 삶의 화폭에 신선한 충격의 색깔로 살아나곤 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 '그까짓 것쯤'으로 여겨 버릴 수 있는 사소한 것들,.. [좋은수필]겨울소리 / 김정화 겨울소리 / 김정화 하늘에 빗금이 그려진다. 수리새 한 마리가 태양을 향해 솟아오른다. 바람에 커다란 날개를 내맡긴 채 가끔씩 물결치는 몸짓은, 인간이 아무리 많이 가져도 자신보다 행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문맹을 깨쳐 만물을 다스린다하나 두 발로 무겁게 디디는 한, 마.. [좋은수필]2월에 쓴 편지 / 한경선 2월에 쓴 편지 / 한경선 잔설이 점점이 남아 있고, 귓불이 아직 시리지만 머리카락에 떨어지는 햇빛 알갱이들이 따사롭습니다. 발밑에서 서릿발이 아삭아삭 부서집니다. 겨우내 낮게 엎드려 버틴 어린 풀들을 봅니다. 풀잎 끝에서 비로소 반짝이기 시작하는 이슬이 보석 같습니다. 들판은.. [좋은수필]빈 의자 / 정경해 빈 의자 / 정경해 참 기이한 일이다. 북천변을 걸으며 풍경을 렌즈에 담고 있다가 의아한 생각이 든다. 풍경 속에는 하나같이 의자가 들어 있다. 걸음을 멈추고 전에 찍었던 풍경 사진을 살펴보니 컷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긴 나무의자가 놓여 있다. 일부러 의자 있는 곳만을 찍었는가 싶.. [좋은수필]눈발에 서는 나무 / 김정화 눈발에 서는 나무 / 김정화 하늘이 낮게 내려앉았다. 창문 밖에는 낯선 은세계의 성지가 펼쳐져 있다. 순백색 융단이 지붕 위를 다붓이 덮었고, 목화송이 같은 눈꽃은 겨울나무에 매달렸다. 침엽수 위에 옷자락을 드리우고 신선처럼 길게 누운 모습이 여느 때 보다 초연하다. 아침 햇살 대.. [좋은수필]지상의 방 한 칸 / 손훈영 지상의 방 한 칸 / 손훈영 날이 차다. 하늘은 곧 눈이라도 내릴 듯 가까이 내려와 있다. 난방 온도를 조금 더 올린다. 이런저런 동작들을 하는 내 손 끝에 더도 덜도 아닌 만족스러움이 묻어난다. 이 방에서 느끼는 평화가 너무 소중해 문득 코끝이 찡해진다. 며칠 전 병원 신생아실을 들여..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