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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그리움의 소리 / 최원현 그리움의 소리 / 최원현 종소리였다. 땡. 땡. 땡그렁 땡. 땡그렁 땡. 퇴근길, 도심에서 듣는 때 아닌 종소리에 사방을 둘러봤다. 반갑고 신기한 마음은 어디서 들려오는 소린가가 몹시도 궁금케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종소리다. 가만히 들어보니 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
[좋은수필]은전 한 잎 / 피천득 은전 한 잎 / 피천득 예전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將: 돈 바꾸는 집)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잎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좋은수필]피딴문답(皮蛋問答) / 김소운 피딴문답(皮蛋問答) / 김소운 “자네, ‘피단’ 이란 것 아나?” “‘피딴’ 이라니, 그게 뭔데…?” “중국집에서 배갈 안주로 내오는 오리알 말이야. 피딴이라고 쓰지.” “시퍼런 달걀 같은 거 말이지, 그게 오리알이던가?” “오리알이지, 비록 오리알일망정, 나는 그 피딴을 대할 때..
[좋은수필]구상 시인의 모자 / 구 활 구상 시인의 모자 / 구 활 구상 시인에게는 항상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에 처음 뵈었기 때문이리라. 시인에게서 가을 외에는 다른 계절의 이미지는 느낄 수가 없다. 가을 남자. 그래. 뭔가 조금은 쓸쓸하고 만남 보다는 떠남이 좀 더 어울리는 그런 남자가 구상 시인이다. 시인을 처음 뵌 ..
[좋은수필]겨울 툇마루 / 박혜숙 겨울 툇마루 / 박혜숙 수필문학회 행사가 있었던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시집 한권을 선물 받았다. 목소리 낭랑한 김 선배가 그 중 한 권을 골라 읽는데 주제가 무겁다. 이런 좋은 아침에는---. 눈은 목차를 훑는다. '칼' 이라던가 '작살' 이라는 ..
[좋은수필]헤르만 헤세 선생님께 / 허창옥 헤르만 헤세 선생님께 / 허창옥 문화예술회관 계단을 뛰어오르면서 제 가슴은 마구 뛰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대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지역에서 선생님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전시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갈래머리 소녀가 되어 한스와 싱클..
[좋은수필]아름다운 간격 / 정목일 아름다운 간격 / 정목일 깊은 산 중의 고찰에 가보면, 예전에 없던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옛 것과 새 것이 뒤섞이고 건물들의 간격이 좁아졌다. 건물의 배치는 여러 측면을 살폈을 것이다. 건축이나 그림을 그릴 때에 적용되는 황금 비례를 염두에 둠은 물론이요, 건물..
[좋은수필]고모부 / 목성균 고모부 / 목성균 어느 해, 첫추위가 이는 날 해거름에 고모부가 오셨다. 눈발이 산란하게 흩날리는 풍세(風勢) 사나운 날이었다. 튀장 냄새 가득한 방안에 식구가 다 모여서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우수수 울타리를 할퀴고 가는 매운 바람소리와 하등 상관없이, 단촐한 식구들과 새로 담은..